*이 소설은 가상시대 환조국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로, 역사적 사실 등이 실제와 다릅니다.
예비 부마의 화촉(華燭) 궁녀로 간택된 온.
하룻밤을 검증하고 버려지는 패.
살아남아도 첩으로 독수공방, 최악의 경우 왕실의 치욕으로 도륙당할 운명.
하지만 공주의 남편과 첫날밤을 보낸 후, 온에게 떨어진 청천벽력.
“앞으로 네가 공주가 되어 안방마님 행세해 주렴.”
졸지에 안방마님이 되어 버렸다.
궁녀 생활 풍월과 짬밥이 어디 가지 않는다.
기울어 가던 99채 기와집 살림살이가 세상에서 제일 쉽다.
“공주님, 아니, 마님이 오신 후부터 잡초마저 벼가 되는 듯합니다!”
“마님 덕에 이 집이 살아나고 있수다!”
근검과 청빈을 지조로 삼던 가난한 심가.
그러나 온이 마님 행세를 한 후로 부처님 손바닥에라도 앉은 듯 불티나게 가세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대를 이리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더 수상한 건 부마 남편이다.
“약속하시는 겁니다, 부인. 하늘이 무너져도, 태풍이 불어도, 홍수가 들이닥쳐도 손끝 하나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안방에서 호사롭게 앉아 술상에 고기 바치는 대로 잡수시며 가산을 흥청망청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
“한 시서에서 이르기를, 한 줌의 인연으로 천생을 맴돌아 다시 만날 그날을 달빛에 묻었노라는데….”
온의 관자놀이에 입술을 붙인 채 의겸이 자기 자신에게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컴컴한 어둠 속에 보이는 사내의 목덜미가 온통 붉었다.
“…혹여 바람 불면 임 소식이 실려 올까, 달 뜨면 임 얼굴이 비칠까.”
그 순간 의겸은 전생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제 내게서 도망 못 칩니다. 그 어디로도.”
심지어 죽음조차도.
이젠 그대가 내게서 도망치는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화촉(華燭) 궁녀: 공주의 혼인 전 신랑의 건강 상태, 신체적 결함 유무, 성격, 잠자리 습관 등의 사전 검사를 위해 부마와 첫날밤을 미리 치르는 궁녀.
일러스트: 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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