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 이후, 로판 속 남주의 소꿉친구로 환생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병에 걸려 18살의 나이에 단명하는 엑스트라다.
소꿉친구의 죽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병약한 여주를 거부하고 밀어내던 남주가 결국 여주와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소설에서 하필 그 '소꿉친구'일 게 뭐란 말인가. 일찍 죽는 것도 서러운데 타인에게 트라우마씩이나 안겨주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환생자의 미덕을 십분발휘하는 수밖에.
플랜A. 남주와 친해지지 않기.
"공자, 저와 친구가 되면 반드시 후회하실 겁니다."
“절대 후회 안 해.”
“…지금 말 놓으셨습니다만.”
“친구끼리는 원래 편하게 말하는 거야.”
소심 깜냥이가 씩씩 깜냥이로 진화해 고집을 부린 탓에 장렬히 실패.
플랜B. 남주가 충격받지 않도록 죽기 전 미리 도망치기.
일단 도망은 쳤는데.
"좆 됐다. 나 왜 안 죽어…?"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
칼릭스가 풍등을 집어 들었고, 우리는 함께 풍등을 하늘로 날렸다.
단순히 불을 붙여 띄우는 풍등이 아니라 조금 더 돈을 들여 마법이 걸린 것으로 구매했는데, 워낙 간단한 마법이라 아티팩트로 취급되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일반 풍등보다 더 오래 날고, 높이 올라갈 터였다.
“칼릭스, 내 소원 가르쳐 줄게.”
“말하면 효과 떨어진다고 했잖아.”
“내 소원은 신보다 네 도움이 더 필요한 거라 괜찮아.”
“내 노력? 뭐길래?”
어쩐지 칼릭스의 얼굴을 보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음에도, 나는 다시금 칼릭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내가 빈 소원은, 네가 행복해지는 거야.”
내 답을 기다리던 칼릭스가 얼어붙은 채 나를 응시했다.
풍등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바람이 스치며 구름 아래의 그늘이 우리를 몇 번 훑고 지나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 속에 갇힌 양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에도 온전한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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