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낳아.”
숨이 턱 막혔다. 잘못 들은 건가?
서연은 크게 벌어진 눈으로 우원을 응시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눈꺼풀을 감는 법도 잊어버린 사람처럼.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
우원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수억의 빚을 갚아 준 사람이기는 해도, 헤어진 전남편의 아이를 가지는 건 서연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제정신이에요?”
“머리는 시릴 정도로 아주 맑아.”
서연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마른침 삼키는 소리를 들었는지 그녀를 보고 있던 우원의 한쪽 입술 끝이 올라갔다.
항상 궁지에 몰린 쥐처럼 잔뜩 웅크려 있는 저와 달리, 우원은 여전히 우위를 점한 사람 특유의 도도함이 온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저와 잠자리를 갖겠다는 거예요? 아이를 위해서?”
“그게 어려운 일인가?”
“대체…… 왜요? 우린 잠자리 한 번 없는 부부였는데.”
제겐 품에 안고 싶은 매력이 전혀 없다고까지 했었으면서.
우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끝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대답하기 곤란하다기보다는 설명해야 하는 귀찮음이 더 커 보였다.
이혼한 지 2년.
오만한 정우원이, 완벽한 삶에 유일한 오점을 남긴 날 찾아왔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 달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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