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결혼을 제안한 이유는 [선공개]

계약 결혼을 제안한 이유는

“황자 전하께 계약 결혼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아이린의 제안에 놀란 악시온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가 이내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이런 청혼은 난생처음 들어 보는군. 그것도 계약 결혼이라…….”
그의 황금색 눈동자가 아이린을 선득하게 훑었다.
“공녀는 내가 말장난을 쳐도 되는 상대라고 생각하는 건가?”
불편한 악시온의 심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왜냐하면 ‘계약 결혼’은 아이린에게 주어진 돌발 퀘스트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였으니까.
* * *
빙의자 아이린은 계속되는 퀘스트 실패로 벌써 다섯 번의 회귀를 경험했다.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치유력으로 환심을 샀습니다>의 서브 남주인 악시온 펜들턴을 공략해야만 했다.
“열어 봐.”
악시온이 테이블 위로 무언가를 꺼내 놓았다. 작은 크기의 고급스러운 상자였다.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 본 아이린은 깜짝 놀랐다.
그 안에는 악시온이 찬 것과 같은 모양의 검은색 팔찌가 들어 있었다.
“내가 주는 선물이야. 우리의 계약 성사 표시를 가릴 수 있는 물건이지.”
그가 친절히 손을 뻗어 왔다.
커다란 손은 그녀의 작은 손을 망설임도 없이 감싸쥐었다.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그러고는 벨벳 상자에서 팔찌를 꺼내 아이린의 손목에 채웠다.
“마법이 걸려 있는 건가요?”
“맞아.”
아름다운 검은색 팔찌는 평범한 액세서리가 아니었다.
아이린의 손목 안쪽에 새겨진 계약 문양과 맞닿는 순간, 마치 고정이라도 되듯 달라붙었다.
그리고 잠금 고리가 변형되더니 형태를 감췄다.
악시온이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완벽히 속박당한 것을 축하해, 아이린 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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