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아버지같이 살지는 않으려 했는데….”
태하가 와인 잔을 내려놓고 다가서며 낮게 읊조리듯 말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천천히 서린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꿀꺽.
서린이 마른침을 삼키며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테이블 위의 와인 잔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을 타고 내려온 태하의 손이 서린의 하얀 뺨에 닿았다. 가늘게 떨리는 귓가에 태하가 속삭였다.
“당신을 자꾸 욕망하면, 사람들이 제 아비와 취향이 똑같다고 비웃을까?”
“…그게 무슨!”
화들짝 놀란 서린이 태하에게서 몸을 떼어내려 했지만 어느새 그녀를 단단히 붙든 태하의 손길은 놓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어차피 당신과 결혼한 시점에서 다 틀려먹었거든.”
서린을 붙들고 있지 않은 나머지 한 손으로, 태하는 자신의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내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제일 원망스러웠던 건… 가정에, 아내에게 충실하지 못했던 거였거든. 그러니 이제부터, 내 아내에게 충실해 볼까 하는데.”
쨍그랑.
흔들리던 와인 잔이 끝끝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카펫을 붉게 물들이는 붉은 액체를 바라보는 서린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서린의 턱을 움켜쥐고, 태하가 시선을 맞추었다.
“… 당신 생각은 어때? 그렇게 늘 움츠려 있지 말고.”
태하에게서 주춤주춤 뒷걸음치던 서린이 침대에 가로막혀 걸음을 멈추었다. 기우뚱거리는 몸이 침대로 넘어가는 순간, 단단한 손이 그녀를 지탱하고 함께 그녀의 위로 쏟아지듯 몸을 기울였다. 아찔한 숨결과 함께 그의 목소리가 서린을 덮쳐왔다.
“차라리 나를 사랑해.”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