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아나 에버그린 그레이우드는 생각했다.드리운 능소화 아래서, 오래된 흔들의자에 앉아 사랑하는 딸아이와존중하고 신뢰하는 남편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순간이 참으로 평화롭다고 말이다.태중약혼에다가, 정략결혼이다.비록, 사랑은 없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아이를 얻었고존중과 신뢰가 가득한 결혼생활을 했으며 어떠한 정략결혼을 한 이들보다도 충만한 삶을 살았다.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드리우는 능소화 향기 아래서 숨을 거두었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리리아나 에버그린 그레이우드는다시 한번 리리아나 에버그린이 되어 있었다.* * *킬리안 그레이우드는 붉어진 귀 끝에 얼굴을 감싸 쥐며 고개를 숙였다.제 품에 붉어진 얼굴을 숨기던 이의 조그마한 머리라든가,어깨에 아주 살짝 닿아 왔던 작은 손이 계속해서 떠올라 머릿속이 시끄러웠다.동요를 가라앉혀야만 하는데…….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해 줄 생각이었다. 짧은 생애를 살다 갈 이이니,그저 평온하고 온화한 생애를 보내게 해주겠다고 그렇게 다짐했었다.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너무나 엉성하게 굴고 있었다.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자신만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