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이따위로 살려고 나한테서 도망쳤어?”
한때는 제 삶을 전부 희생해서라도 곁에 있어 주고 싶었던 남자였다.
보답받을 수 없는 마음에 지쳐 혼자 떠나야 했던.
“신발 사 주면 도망간다기에 그것 빼고 다 사 줬는데도 잘만 도망갔네? 내 자식까지 데리고.”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오빠랑 상관없어요.”
뒤로 한껏 물렸던 몸을 앞으로 기울인 도하의 입꼬리가 깊게 팼다.
“우리 집안 유전병까지 갖고 태어난 애가 나랑 아무 상관도 없다라.”
“그건……!”
“겨우 그 정도로 되겠어? 어디 계속 더 짖어 봐.”
긴장한 재이의 등에 자잘한 소름이 돋았다.
변명하려고 달싹이는 입술을 봤는지 차가운 도하의 눈이 나긋하게 휘었다.
“재이야, 이럴 때는 아니라고 뻗댈 게 아니라 도와달라고 매달려야지.”
왜 하필 나는 이런 남자를 사랑하게 됐을까.
도하를 처음 만난, 한때는 행복했던 그 열일곱의 겨울을
재이는 이제 그만 도려내고 싶었다.
“또 허튼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 서재이. 머리 굴리는 거 다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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