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통해 본 미래에서 아나이스를 죽인 건 남편, 대공이었다.
-마시면서 들어요. 이건 이혼 서류. 서명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가 준 차를 마시고 그녀는 피를 토하며 싸늘하게 죽어갔다.
예지몽은 반드시 이뤄진다. 꿈에서 깨어난 아나이스는 꼭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는 길을 택하기로 하는데…….
“계약 결혼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이 결혼의 쓰임이 다할 때, 깨끗이 사라져 드릴게요.”
황명 때문에 억지로 떠맡게 된 혼담이었으니 당연히 반색할 줄 알았다.
그러나 단단히 충격을 받은 듯한 대공은 갈라진 목소리로 물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나를 떠나겠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언뜻 절망이 비치는 것을 보던 아나이스는 피어오른 의문을 곱씹었다.
‘이 사람. 정말 나를 죽일 사람이 맞는 걸까?’
***
분명 자꾸 찾아오는 예지몽은 대공을 멀리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말과 경멸이 담긴 붉은 눈빛은 너무도 싸늘했으니.
-몸은 대공가로 팔려 왔으면서 마음은 다른 곳에 두고 왔다. 그런 겁니까?
-내가 돈까지 주고 사 온 건 당신인데. 쥐새끼 같은 주변까지 딸려 올 줄이야.
그러나 현실의 대공은 이상하게도 한결같이 다정했다.
“보고 싶어서 온 겁니다.”
“걱정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약속드리죠.”
“당신의 옆에 서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처음 느끼는 다정함과 닥쳐오는 미래 속에서 아나이스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를 믿고 함께 나아갈지, 아니면 멀어지기를 택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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