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본 그는 비난마저도 완벽했다.
“쉬운 건지, 익숙한 건지.”
“아니, 아니에요.”
“하긴. 처음부터 헤프게 붙어먹길 좋아했지.”
타인을 짓밟는 데 도가 튼 남자, 도신재.
그의 아내로 살고 싶어서, 죄책감을 자극하는 주위의 협박과 차게 식은 침대 위에서 홀로 삼키는 눈물도 마다하지 않았던 한우희.
— 그만 관두지.
둘의 결혼은 결국 냉랭한 전화 한 통으로 끝났다.
참으로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우희는 그 순간만큼은 울지 않았다.
대신 배를 살살 쓰다듬으며 침대에 도로 누웠다. 모든 것을 잊고 아이를 위해 좋은 꿈을 꾸고 싶었기에.
* * *
4년 후.
신재는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무참한 심정을 감추고 싶기라도 한 듯 눈을 꾹 감았다 떴다.
“왜 내게 알리지 않았지?”
낮게 떨리는 물음이었다. 그러나 우희는 흔들리지 않았다.
“알렸다고 한들, 당신 마음이 바뀌었을까요?”
“그래도!”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믿어 줬을까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신재는 부정할 수 없었다. 목에 맨 타이가 밧줄처럼 죄어드는 착각에 숨이 막혔다.
“내가,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겨우 꺼낸 말에 차가운 거절이 돌아오자, 신재의 길고 곧게 뻗은 눈매가 엉망으로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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