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고 싶다? 나랑?”
“네.”
“결혼은 그 남자랑 하고?”
“아무래도, 그렇겠죠?”
***
대학 졸업도 못 한 채로, 양아버지의 정치자금을 몸값 삼아 팔려가듯 결혼을 한다는 너에게 물었다.
“지원아. 내가 뭘 도와줄까?”
이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어 달라고 하려나.
아니면, 강 의원 집에서 나올 방법을 찾아줘야 할까.
봄 밤의 가로등 빛 아래 벚꽃보다 더 희고 고운 얼굴을 하고 잠시 망설이더니, 너는 예쁘게 말했다.
“저, 연애도 한 번 못해보고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 솔직히 속상하거든요. 그래서 오빠가 저를 좀 도와주셨으면 해요.”
“연애를 하고 싶다? 나랑?”
“네.”
“결혼은 그 남자랑 하고?”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직도 아기 때 얼굴이 그대로 남은 채로, 맹랑한 말을 뱉는 그 입술을 바라보았다.
“오빠가 너무 좋은데, 저한테는 어렸을 적 기억이랑 커 가면서 그저 바라보기만 한 오빠 모습이 전부라서요. 오빠랑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 아쉬움 없이 그 결혼,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태정은 제가 지원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부터 시작한 게 시한부 연애인 줄 알았겠지만…… 지원아, 넌 그 결혼 못 해.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테니까.
오감을 스치는 따사로운 봄 공기가 둘 사이를 부드럽게 훑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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