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저 눈.
저 눈을 보자마자 도망을 갔어야 했는데.
“잘 잤습니까?”
충동적인 하룻밤이었다.
누구든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나를 담당하게 될 형사일 줄은 몰랐다.
지난밤에 애원하고 간청해도 포악하게 허리 짓하던 남자가 짓던 비소.
평범한 공무원이라기에는 몸에 밴 태도가 그악한, 권정백 경감.
“순서가 좀 엉망이 되긴 했는데. 우리 좀 할 말이 많은 사이라서.”
“…….”
“이야기 좀 하시죠. 정이림 참고인.”
말을 맺으며 짓는 미소가 참으로 탁월했다.
가장 큰 실수는 술에 취한 것도, 원 나이트 스탠드를 한 것도 아니었다. 하필이면 저 밤의 마귀 같은 남자인 게 문제였다. 아름답고 또 슬퍼서 나의 아픈 손가락이 될 사람.
그리고 저 남자 또한 분명 몰랐을 거다.
나를 만나 버린 실수로, 평생을 집착하고 목을 맸던 숙제를 가차 없이 내버리게 될 거라곤, 전혀.
평균 4.5 (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