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봐. 사실은 다른 새끼랑도 자고 있었다고. 나랑 매일 밤을 보내면서도.”
“아니요, 맞아요. 이사님 아이.”
갑작스러운 임신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하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상사의 아이.
“하지만 저, 유산했어요. 이제 다 끝났다고요.”
“착각하지 마. 애가 죽었든, 살았든 변하는 건 없어.”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잔인한 이별의 말을 남긴 채 도망쳤다.
차도언,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
끔찍했던 서울을 떠나 고향인 서혜도에 정착한 지 5년.
딸 세인과 함께 평화로운 나날에, 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꽤 잘 지내고 있었나 봐? 이채은.”
“못 본 척하세요. 어차피 떠날 생각이었으니까.”
뚜벅.
어느새 채은의 코앞까지 들이닥친 도언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저는 더 이상 이사님의 삶에 관여되지 않을 거예요.”
“네가 내 삶에 관여될지, 안 될지는 네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야.”
그러고는 선전포고라도 하듯 말했다.
“나는 여전히, 얼마든지 너를 무너트릴 수 있는 사람이거든.”
“…….”
“너도 망가져야지. 괴로워져야지. 나만큼.”
그래야, 조금이라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어?
도언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렇게 다시 나타난 차도언은,
채은의 삶을 단번에 뒤흔들기 시작했다.
마치 복수라도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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