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에서 가장 고귀한 과부, 알렉산드라 도버트.
부군의 죽음에도 변함없이 귀한 여인.
수많은 사내들이 혼자가 된 알렉산드라를 노렸다.
가장 먼저 청혼해 온 이는 친자처럼 키워 온 그녀의 양아들이었다.
드높던 명성이 배덕에 짓눌렸다.
요부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온 세상 손가락이 그녀를 가리켰다.
남자 또한 그녀만을 눈에 담았다.
“내게 순순히 붙잡혀, 알렉산드라. 고귀해질 방법은 그뿐이다.”
카일 월터.
스스로 신을 등진 헨센의 도륙자인 동시에, 알렉산드라가 세 번째로 맞이한 남편이었다.
“대신, 날 있는 대로 즈려밟아 줘.”
난폭한 정도가 적절했다.
귀족을 추앙할 줄도 몰랐다.
스물 남짓한 어린 기사에게 마음이 동할 리도 없었다.
처음엔 탐탁지 않았다 해도, 그녀에게 있어 카일만 한 경유지는 없었다.
거쳐 가기 좋은 사내였다.
미련 따위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분명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네 고귀함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순리라는 듯이 알렉산드라를 띄우던 카일은,
“마음껏 나를 써. 쓰다 못해 닳거든 먼 곳으로 던져 줘.”
서글픈 눈으로 스스로를 낮추던 카일은,
“던지고서는 나를 깔끔히 잊어. 넌 그래야만 해.”
사라질 것처럼 굴며 입을 맞춰 오던 카일은,
알렉산드라의 몸 곳곳에 자국처럼 남겨졌다.
무언가를 태워야만 남는 그을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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