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캠핑 1년차.
꼭 쥐고 있던 호신용 스프레이를 텐트 문이 열리는 순간 있는 힘껏 쏴버렸다.
“가까이 오기만 해봐,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분명 사람이고 동물이고 맞는 순간 100%로 기절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남자는 기절은커녕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다.
“와! 나 진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건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의 뒤로 번쩍이는 번개와 몰아치는 비바람을 보고 난 뒤였다.
“…괜, 괜찮아요?”
그런데 남자의 안부를 묻던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손을 높게 뻗어야 닿을 것 같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된 탓이었다.
“죽을까 봐 깨워줬더니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시간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그를 마주하고 있던 소영은.
남자의 기다란 속눈썹에서 잘게 부서지는 빗방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완벽한 얼굴.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낸 소영은
능글능글 장난스럽다가도 무심하게 드러내는 다정한 모습에
점점 그를 의식하게 되지만.
“다음 주에 뭐 해요?”
짧은 인연으로 끝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에게 이름도 연락처도 알려주지 않은 채로 등을 돌렸다.
“올 줄 알았어요.”
하지만 다시 마주한 그가 자신을 반기는 모습에
소영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었다.
서로에 대해 모른 채 낯선 장소에서만 마주치는 두 사람의 다음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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