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우는 늘 오만하고 무례했다.
정연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본인 잘난 맛에 사는 건 아는데, 조금 자중하는 편이 어때요.”
“백 대표님도 아시죠? 그쪽 가끔 비정상인 거. 나 엿 먹일 때 유독 신나 보이더라구요.”
“가끔 정상인 구하연 씨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이나 보죠.”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했던 스타, 구하연.
부러운 것도 모자란 것도 없는 인생이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못살게 구는 영화제작사 대표 백기우.
내심 그가 신경 쓰이긴 했어도,
하연은 제게 보장된 미래가 찬란하다고 생각했다.
음주 운전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죽기 전까지는.
그렇게 정말로 인생에 막이 내린 줄 알았는데,
불우하게 살던 여자의 몸에 빙의해 생을 한 번 더 살게 되었다.
두 번째 생이라는 황당한 현실,
그보다 더 어이없고 소름 끼치는 일은 바로
백기우가 구하연의 숨겨진 연인으로 포장돼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만나기만 하면 서로 물어뜯기 바빴으면서.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한 세기의 사랑꾼?’
‘웃기고 있네, 세기의 사기꾼이지.’
하지만 백기우는 남겨진 그녀의 가족까지 돌보고 있었다.
‘대체 왜? 뭘 노리고?’
하연은 그의 음흉한 속내를 파헤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안 메이드로 취직해 다시 한번 백기우에게 접근한다.
걸레질 한 번에 백기우 노려보기 한 번.
화분 옮기면서 백기우 발에 걸려라, 염불 외기 열 번.
건조기 돌릴 때마다 백기우를 건조하는 상상 백 번.
저번 생은 앙숙이었던 두 사람, 백기우와 구하연.
이번 생은 로맨스로 피어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