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적 집착 [독점]

순정적 집착

“결혼하자.”
오랜 첫사랑이자 대정가의 차기 후계자로 점쳐지는 남자, 차이준.
그가 서윤에게 청혼한 것은 재회 후 고작 세 번째 만남에서였다.
“서윤아. 내가 싫지 않다면 내 제안이 네게도 나쁘지 않을 거야. ”
이해할 수 없는 고백.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눈빛.
모든 게 의문으로 남았지만,
그의 청혼을 서윤이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
많은 것들을 각오하고 시작한 결혼 생활은 의외로 평온했고,
이준은 흠잡을 데 없는 남편이었다.
그런데 왠지 모를 외로움은 나날이 그 부피를 늘려 가던 어느 날.
서윤은 비로소 이 결혼에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된다.
“날 사랑했어요?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동안 날 보며 설레고 좋았던 적이 있었나요?”
“난…. 네가 좋았어.”
서윤도 물론 알았다.
그가 함께 지내는 동반자로서 자신에게 호감 정도는 있었다는 것을.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논쟁이나 이의 없이 늘 그의 말을 들어 주고 받아들이는 유순한 아내.
골치 아픈 이야기나 요구는 하지 않고, 스트레스받지 않는 소소한 대화를 해 주면 되는 아내.
신경 써야 할 처가가 없는 아내.
어디 그뿐인가. 밤이면 마음껏 욕구를 풀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이준은 서윤의 몸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이준 씨에게도 난 아내가 아니었어요. 우리가 공유한 일상은 오로지 이 집 안에서만 존재해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나와 나누지 않았으니까.”
이제 알겠다.
그와의 결혼 생활은 보석 알맹이 없이 그럴듯한 장식만 있는 액세서리 같았다는 것을.
“이준 씨. 우리 이혼해요.”
진수성찬이 차려진 신기루를 보고 기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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