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그럴듯한 연기를 하는군. 마왕 주제에.”
분명 내가 빙의한 건 귀여운 여주인공이
방탕한 엄마와 그녀에게 구애하는 세 아빠 후보들한테 듬뿍 사랑받는 힐링 육아물,
<우리 아빠를 찾아줘>였는데.
원작은 시작하기도 전이고,
나는 아빠 후보 중 하나인 금욕적인 성기사 레온하르트에게 죽을 초약체 마왕이다.
소형 마수나 겨우 길들이는 하찮은 힘을 숨긴 채,
끔살당하지 않기 위해 그에게 반한 시늉을 했더니…….
“……나를 연모하지 않나. 원한다면 기꺼이 이 몸을 내어주도록 하지.”
경멸과 불쾌감이 뒤섞인 샛노란 두 눈 속에서
몸을 바쳐서라도 마왕의 약점을 캐내고 말겠다는 그의 의지가 타오른다.
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원작 파괴는 어쩔 수 없지, 암.
“내가 웃는 게 예쁘다고 했잖아. 응?”
훗날 차기 마탑주가 된다는 처연 폭스 마법사가 야살스레 웃으며 윗단추를 풀지만.
……이,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나랑 약혼하자, 마왕 아가씨.”
해군 제독으로 활약 중인 퇴폐 섹시 왕자의 청혼은 좀 많이 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내가 원작을 변기에 빠뜨린 솜사탕보다 처참히 망가뜨린 것 같다.
……원작 여주, 태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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