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장은 이곳이 아닙니다, 라이즐리 씨. 이 자리는 학술 대회이지, 당신의 데뷔탕트 무도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에일스 왕국이 자랑하는 불세출의 천재 클라우디아 레티스와
브로크 왕국의 평민 이단아 앨런 라이즐리.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서로에 대한 불쾌한 기억만 남겼던 학술 대회로부터 3년 후.
30여 년 전 실종된 마도비행정으로부터
결코 있을 수 없는 조난 신호가 수신된다.
“뭐가 됐든, 당신을 내 비행정에 태우기로 한 이상 안전한 여행을 약속하죠.”
그렇게 시작한 예측 불허의 항해.
속내를 알 수 없던 여자의 틈을 본 순간,
앨런은 인정하기로 했다.
자신은 이 여자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라고.
저 무감한 시선을 잠시라도 잡아둘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어리석게도.
***
“회천하는 바다에는 노을이 지지 않습니다, 레이디 클라우디아.”
눈을 속이는 모든 현상을 걷어 내고 나서야 드러나는 하나의 진리가 있었다.
모든 것이 불탄 자리에 남은,
“말했잖습니까. 레티스의 이름을 걸고 당신을 그 바다의 지평선에 데려다주겠다고.”
단 하나의 진실한 고백이.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 당신은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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