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묘진은 태정환 의원님 댁의 액받이로 태어났습니다.”
국토부장관 태정환이 한 집안의 선산을 파헤친 탓에 동티가 났다.
정치 명문가 태씨 가문의 대소사를 점쳐 준 유정 신녀는
팔삭둥이로 태어난 정환의 아들, 유강을 살리기 위한 비방을 내린다.
5년 후 태어날 여자아이를 데려다가 액받이로 쓰면 비로소 이 집안에 대통령이 날 것이라고.
23년 후, 묘진은 유강의 액받이로 평생을 유정 신녀의 무당집인 사윤당에 묶여 살고 있다.
1년에 네 번, 사윤당에 들러 하룻밤 묵고 가는 그의 밤을 지키는 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삶의 전부다.
그러던 어느 날, 유정 신녀의 부름으로 사윤당을 벗어난 묘진은 사냥터에서 호랑이 같은 남자를 만난다.
제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었으나 끝내 놓아준 남자.
묘진은 등골을 훑는 서늘함에 부리나케 도망치지만, 이내 재회한다.
그가 바로 오매불망 기다리던 ‘유강’이었다.
“잡았다.”
비로소 맞닥뜨린 묘진의 아름다운 지옥이었다.
***
무당의 말은 틀렸다.
그녀는 뜨거운 태양을 식히는 차가운 물이 아니다.
드넓은 바다였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구멍을 타들어 가게 하는 깊고 차가운 바다.
느리게 눈가를 덮는 까만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옅은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목을 조르듯 눌렀다.
“네가 싫든 좋은 난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널 꺼낼 테니까.”
부러뜨릴 듯 숨통을 쥔 손마디가 파르르 떨렸다. 갈증으로 충혈된 눈동자가 꼭 감은 묘진의 눈꺼풀을 그리듯 매만졌다.
“내가 네게 어떤 세상을 쥐여 줄지, 기대해.”
유강에게 그녀는,
박제해서라도 곁에 잡아 두고 싶은 지악한 운명이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무속, 인물, 기업 및 단체는 픽션이며 실제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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