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머문 계절 [독점]

아내가 머문 계절

“혼인 계약서예요.”
8년 전, 아빠가 목숨을 내주고 구해 준 남자가 갑자기 찾아왔다.
“지금 결혼, 그러니까…… 그쪽이랑 제가…….”
“내 아내가 되어 달라는 뜻입니다.”
당황하는 그녀와 달리, 세현은 거침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유지안 씨가 그렇게 된 게, 나에게도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생각해서.”
도의적인 책임. 달갑지 않은 단어가 고막을 그었다.
그리고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게 해 주겠다고.
***
“이혼, 하고 싶어요.”
3년의 시간. 곁을 주지 않는 그의 옆에서 지안은 지독히도 외로웠다.
무척 지친 듯한 지안의 모습에도 세현은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당신이 그렇게 간절히 원하니, 해 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6개월 동안 임신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지안의 낯에 금세 실망하는 기색이 번졌다.
시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지안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조건이 하나 있어요.”
그와 다정하게 연기했던, 지난 시간이 눈앞을 스쳤다.
“남은 6개월은 연기여도 좋으니까, 정말 부부인 것처럼.”
세현을 바라보는 지안의 눈가가 발갛게 물들었다.
“사랑해서 결혼한 것처럼 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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