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그거 나 주면 안 돼?”
엄마가 돌아가신 후 기다렸다는 듯 새엄마와 함께 한 살 어린 여동생이 집으로 들어왔다.
“언니, 이 방도 내가 쓰고 싶은데. 나 쓰면 안 돼?”
내 옷과 신발, 내 방과 내 아빠.
차츰차츰 나의 모든 걸 빼앗아 가던 장효진이.
“자기, 그냥 도화 언니랑 헤어지고 이제 나랑 만나면 안 돼?”
이번엔 내 애인까지 뺏으려 한다.
날 두고 바람을 피운 애인도, 내 애인을 뺏으려는 장효진도 어떻게든 얼굴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도록 복수해 줄 생각이었는데.
“내일 뭐 합니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승건 상무가 집요하게 직진하기 시작했다.
“약속, 있습니다.”
몇 번이고 속절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다잡으며 그를 밀어냈다. 내일은 꼭 호텔에 가야 했다. 어떻게든 조환희와 장효진, 이 두 사람에게 개망신을 줘야만 했다.
“깨라니까.”
하지만,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나 만나요.”
그는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만,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기 싫은 게 아니라, 그럴 수 없는 거면.”
“…….”
“내가 도와준다고. 그럴 수 있도록.”
이미 답이 정해진 권유였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는 사정이…….”
“그 사정만 해결하면 나랑 한 번 만나줄 건가?”
만물을 관장하는 신의 눈동자처럼, 그의 눈빛엔 광기 어린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광기, 그 단어가 딱 적절한 남자였다.
제 비서인 장효진이 내 애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그는 당당하고 자신 있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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