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모친 최효원 사장의 지시에 마지못해 응하면서부터였다. “주말에 선 봐라.” “법무부장관 딸이다. 이름은 이제인. 사업하려면 정계쪽 연결고리도 어느 정도 필요해.” 선 자리에 나가서 안면도 없는 상대와 어색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간보고 떠보는 시간은 여간 따분하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간 자리에서 이현은 이제인, 그녀를 만나고 놀라고 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법 그의 취향이었다. 아, 나는 이런 스타일에 반응하는구나, 즉시 깨달을 만큼. 그러나 통성명을 하자마자 제인은 말했다. "예의가 아닌 줄은 알지만 제가 오늘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먼저 일어나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저보다 더 어울리는 여자분 만나실 거예요." 조심스럽고 또 진심으로 미안함이 느껴지는 어투였지만 동시에 명백한 거절이었다. 그러니까 이현은 십오 분간 기다려 만난 맞선 상대와 인사를 하자마자 몇 분 만에 퇴짜를 맞은 것이다. 평소 만나는 사람마다 그와 연을 이어가지 못해 안달인 재력과 능력, 외모까지 겸비한 그가. 천하의 신이현이. 오늘 일은 지난 삼십이 년의 삶을 통틀어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거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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