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남자 [단행본]

내가 버린 남자

"그럼 우리 딱 10번만 만나요, 밤에."
"뭐..라구 요?"
당당하기 짝이 없는 남자의 제안에 채은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더 말을 섞을 것도 없겠다 싶었던 채은.
앞을 가로막고 선 남자의 몸을 비켜서며 걸음을 옮기려 했다.
"더는 귀찮게 안 해요. 10번만 만나서 밥 먹고, 잠만 자죠, 우리."
"……진짜 미친 거예요?"
당당하다는 말은 취소다.
이 남자는 그냥 뻔뻔한 미친놈이다.
*
"오빠.. 키스해 줘."
한빈이 자신의 얼굴을 감싼 여자의 뜨거운 손을 부드럽게 치워내며 대답했다.
"미안. 난 키스는 안 해."
단호한 대답 후, 한빈은 그대로 자신이 하던 몸짓을 이어갔다.
의미 없는 몸짓을 반복하는 한빈의 목덜미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괘씸했던 여자의 나긋한 목소리가 귓가를 윙윙 대어서,
죽도록 사랑했지만, 버림받는 기억만 남긴 여자의 몸을 잊어보려고.
잘 지내자 던, 건강 하자 던, 다신 마주치지도 말자 던. 
그 모진 여자의 얼굴을 지우려,
오늘도 이름 없는 여자를 안아 열심히 몸을 섞는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 환한 불빛 아래, 함께 몸을 섞고 있는 여자가 
그 여자..정채은이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하면 충분하다.
키스 따위는 이제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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