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리안은 헤일리를 정신 나간 여자라고 생각했다. 
물론 헤일리 또한 라트리안을 재수 없는 양아치 새끼라고 여기고 있었으니 억울할 것은 없었다. 
 * * * 
 황금의 길을 열었던 바다의 패자, 마르트 공화국에서 귀족은 가난할 수가 없었다. 단, 헤일리 페를로를 제외하면.
 공화국 최초로 ‘가난뱅이 귀족’이 된 헤일리는 가문이 몰락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보수가 높기로 유명한 아크렌더가의 부관이 된 것까지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상관이 라트리안 디엔 아크렌더라는 건 크나큰 비극이었다. 
그는 세상 모든 걸 내려다보는 오만함에 더해, 사람 머리 위로 와인을 들이붓는 성격파탄자였다.
 “머리는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그따위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 보니까.”
“당장 내 집에서 꺼져주지 않을래?”
 부관으로 지내는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신경을 거스르는 상관이었다. 
마지막 순간에는 기어이 뺨을 내리치기까지 했으니, 그도 당연히 자신을 싫어할 거라 믿었다.
 “널 좋아하게 된다면, 난 미친 게 틀림없어.”
 헤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인간이 웬일로 맞는 말을 하지? 웃으려던 순간. 
 “그런데, 난 기어이 미쳐버린 거 같아.”
 이어지는 고백에 웃음이 멎었다. 당황스러운 와중에 올려다본 그의 눈빛이 낯설었다. 
집착이라기엔 애틋하고 사랑이라기엔 격렬한 시선이 제 모습을 옭아매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헤일리는 알지 못했다. 
도망친 자신을 찾기 위해, 라트리안이 어디까지 할 수 있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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