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인데 다들 성녀라 오해함 [독점]

악녀인데 다들 성녀라 오해함

여주를 괴롭히다가 훗날 남주한테 쓱싹 당하는 악녀에 빙의했다.
……근데 당장 도망가기엔 돈도 없다.
왜냐, 지금은 일개 사제니까!
그래서 아직 어린 여주 ‘로즈’를 보살피며 돈을 모으다, 로즈가 성녀로 각성하면 떠날 생각이었는데.
“사제님. 남자친구가 제 친구와 바람이 났습니다. 이 둘에게 복수하고 싶은 제 마음을 용서해주세요.”
“어차피 용서를 빌 거라면, 복수하고 용서를 빌도록 하죠. 둘의 뚝배기를 깨버립시다.”
악녀의 영혼이 깃든 건지, 고해소에만 가면 입이 절로 달싹거리더니 악독한 말을 내뱉는 게 아닌가.
진짜 미쳤나 봐…….
그런데 왜, 사람들이 신전 앞에 몰려든 걸까.
“전 두 사람의 뚝배기를 깨기 위해 프라이팬을 들고 나섰죠. 그런데, 제 눈앞에서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진 겁니다!”
아멘, 아멘.
여기저기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왜 날 성녀라 오해하는 건데……?
***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플로리아의 소문이 퍼져나가 ‘카스팔 폰하스 공작’까지 찾아오기에 이르렀다.
평민 출신으로 공작위까지 올랐다는 소문이 도는 것도 모자라 여자를 밝힌다는 미친 공작이!
아름다운 제 얼굴을 강조하는 걸 보아 나르시시즘까지 있는 것 같지만,
흑색의 머리칼과 황금빛이 섞인 듯한 노란 눈동자만 보아도 홀릴 만큼 잘생긴 건 분명했다.
“잘 생각해 보니 고해성사는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네?”
“플로리아 사제의 얼굴을 봤더니, 내 모든 죄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야.”
이 뭔 개소리…….
상스러운 말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플로리아는 처음으로 제 속의 악녀님과 의견이 일치했다.
“나랑 사귀겠나, 플로리아.”
“네에?!”
아무리 바람기가 많아도 그렇지.
평민 출신 사제한테까지 치근덕대는 게 맞나?
제대로 미친놈한테 잘못 걸린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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