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증오해.”
격변하는 시대, 완벽한 귀족의 표상이라 칭송받는 에드먼드 로크베르크.
그는 여름을 보내기 위해 찾은 타닉해의 별장에서
감히 자신의 사유지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모자라
철문에 몸이 끼인 채 버둥거리고 있는 황당한 꼴의 침입자를 마주친다.
언젠가 바다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꿈에 부푼 말괄량이 비비안 마벨,
그만 보면 새하얀 뒤통수를 보이며 도망치기에 바쁜 겁 많은 계집애를.
시간이 흘러 다시 찾은 타닉해의 해안가.
그의 신경 한구석을 불쾌하게 긁던 소녀는 어느덧 무르익은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 여자의 곁에 선 약혼자를 본 순간, 에드먼드는 마침내 인정해야 했다.
예상치 못했던 충동과 다분히 지저분한 욕망을.
그렇기에 망가뜨리고 몰아넣어 너를 가졌다.
이 지긋지긋한 여름이 저물 때쯤이면 그 탐욕의 끝을 볼 수 있으리라 여기며.
그러나 에드먼드는 알 수 없었다.
탐해도 탐해도 끝없이 목마르고, 절대로 놓을 수 없게 하는
마음까지도 욕심나게 하는 이 어리석음의 이름을.
비비안이 기어코 제 첫사랑이자 전 약혼자와 도망친 날,
그는 비로소 해답을 찾았다.
증오.
그래, 나는 너를 증오해.
그러니 다시 한번 너에게 절망을 안겨 주려 한다.
이번에는 절대로 달아날 수 없는 영원한 족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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