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가는 집안끼리의 정략결혼. 저랑 해 줬으면 해요.”
정한주, 정·재계의 포식자로 군림하는 그를 상대로
스스로를 판돈으로 건 것은 오로지 복수를 위함이었다.
“나는 상품성 떨어지는 불량 재고품은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고려해 볼 만한 그쪽의 가치를 증명하는 게 순서 아닐까요?”
무감하게 제 가치를 재는 말에도 은서는 물러날 수 없었다.
제 복수에는 반드시 그가 필요했으니까.
“한주 씨도 어설픈 소꿉놀이 하고 싶은 거 아니잖아요?
그쪽이 원하는 만큼 휘두르고 버려도 좋아요.”
“재밌네. 그 말, 침대에서도 지킬 수 있겠어요?”
무모하길 정답이었는지 무료했던 그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
“나는, 사랑 따위는 필요 없지만…….”
“……!”
“침대 위에서의 내 아내의 의무. 그건 제대로 충실해 줬으면 하거든.”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치 않았다.
여기서 그녀가 할 일은 한 가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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