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빠뜨리겠네.”
“당연하지. 걔, 옛날이나 지금이나 늘 남 밑에서 일하잖아.”
제 피땀 어린 노력으로 살아온 인생이 말 몇 마디에 짓밟히는 치욕의 현장.
다은은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그 뒷담화를 듣고 있었다.
“유다은 걔 몸매 좋잖아. 얼굴도 반반하고.”
더는 참을 수 없어 다은이 주먹을 쥐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한 남자가 그녀를 구해 준다.
“다들 입 좀 닥쳐. 사람 없는 데서 잘도 떠드네.”
보잘것없던 그 시절 그녀가 감히 넘볼 수 없던 남자.
“예뻐졌네.”
“……”
“하긴. 옛날에도 예쁘긴 했지.”
풋사랑이자 아픈 추억으로 남은 정시우가
달콤한 봄바람처럼 그녀의 인생에 내려앉았다.
* * *
“나 보고 싶었어?”
“아니요.”
“서운하네. 난 유다은 보고 싶었는데.”
교복 대신 반듯한 슈트 차림에 베일 듯 날카로운 턱 선.
소년미를 벗고 한층 남자다워진 그는 존재만으로도 다은을 뒤흔들었으나
여전히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의 사람이었다.
“내가 데리고 나가 줘?”
“괜찮습니다.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고용인의 손녀딸과 주인집 도련님.
세간의 시선 속 그들의 위치란 그런 것이었으니까.
“뭐가 필요 없어? 날이 이렇게 추운데.”
하지만 이때까지도 다은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들이 시우의 정교한 계획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고마우면 옛날처럼 떡볶이 좀 해 주든가. 우리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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