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바쳐 황제를 사랑했으나, 그 사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야 했던 황후 아녹.
결국 아이마저 잃은 아녹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는 스무 살, 명왕 여재원과 혼인을 앞둔 때로 회귀한다.
어떻게든 여재원과의 혼인을 피하려 했으나 운명은 다시금 그를 명왕비라는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았다.
다시 전생의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아녹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다시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절 버려 주세요, 전하.”
한편, 여재원은 음인이라는 것만으로 혼인 전부터 꺼리던 ‘아녹’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하고, 그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제가 이전 생에서 아녹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한편으로는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도.
“누군가 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어도……. 그럼에도 그대는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줄 것인가?”
조금씩 밝혀지는 전생에 대한 비밀, 그리고 회귀로 인해 달라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운명.
그러나 생을 되돌려서까지 모든 걸 바꾸려 했음에도 변함없는 것 하나는, 서로를 여전히 ‘애열’한다는 것이었다.
*발췌
“이런다고 놓아줄 생각 없어.”
“…….”
“왜 떠나려는 거지?”
길게 늘어진 아녹의 머리칼 중 위쪽 반을 갈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 둔 뒤, 여재원은 다른 손에 쥔 비단 끈으로 정성스레 묶으며 물었다.
아녹은 입술을 사리문 채 말이 없었다. 여재원의 곁에 있으면 제가 아프고 불행해지기에 그렇다는 걸, 그는 정말 모르는 걸까. 두 번의 생을 반복하고 있는데도 여재원은 절 이해하기는커녕 완전히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곁에 있기가 그리 싫으면……, 내가 무얼 어찌해야 할까.”
“…….”
“무얼 어떻게 하면 널 붙잡을 수 있을까.”
기시감이 드는 질문이었다. 오래 고민할 필요 없었다. 이 질문은 아녹이 지난 칠 년, 여재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단 한 줌이라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며 매번 자문했던 것이었다.
그토록 바라 마지않을 땐 줄 생각도 없는 듯하던 마음을 어째서 지금은 주지 못해 안달인 것인가. 아녹은 시기가 어긋난 이 마음이 우습고도 허탈하여 실소를 머금었다.
“아무것도요.”
한숨처럼 엷게 흘러나온 음성이 여재원의 심장을 툭 때렸다. 문득 손길이 멎었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전하.”
“…….”
“절 놓아주실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전하. 저는 이제 전하의 그 무엇도 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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