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감투’의 액을 품고 태어나 평생을 숨기며 살아온 서경.
아버지를 따라 들어온 궐에서 웬 사내와 함께 자객에게 쫓기게 되고,
서경은 살기 위해 사내에게 ‘액’을 쓰고 만다.
“나리께서 가시려는 저승길을 제가 막아 드리겠단 말입니다.”
“말장난할 시간 없다. 이 손 놓지 못하…!”
발꿈치를 높이 든 서경의 입술이 사내의 입술에 닿았다.
놀란 눈의 사내가 그녀를 밀어내기도 전에,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
“이름이 무엇이냐?”
“낯선 분께 알려 드릴 이름은 없습니다.”
“낯선 분과 맞댈 입술은 있고, 알려 줄 이름은 없다?”
“그건…!”
“네가 나를 알고 있다면? 그러면 알려 주겠느냐?”
서경은 끈질기게 따라오는 사내를 겨우 떼어냈다.
“오늘 처음 뵙는 것이 분명하니 소용없는 가정입니다.”
남한테 액을 보인 게 처음이었지만,
그와 다시 마주치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름이 무엇이냐.”
‘어, 이 목소리…….’
그녀가 감히 ‘접문’했던 사내가 세자였음을 알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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