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 그룹의 후계자 인우택.
복수의 칼자루를 쥔 사람들에게 ‘칼’의 역할을 부여받은 나소정.
그녀에게 그는 그저 자신이 파멸시켜야 할 남자였다.
소정은 그의 계모로부터 미술 상담 치료사 자리를 제안받아 응하고.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나소정이라고 합니다.”
전날 마주친 적 없었던 듯, 소정은 태연했다.
우택은 어제 자신과 같이 엘리베이터 사고를 당했던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함정을 팠다.
“간단해요. 내가 나소정 선생한테 넘어가게 해 봐요, 그럼.”
잠시 뜸을 들인 후에 그가 나직하게 덧붙였다.
“나도 내가 어디까지 가나 보고 싶기도 하고.”
그 함정에 누가 더 깊이 빠질 것인지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렇게 소정은 우택의 유일한 결핍이자 약점이 되었다.
“말해 봐요. 그래도 한 번쯤은, 나한테 진심인 적이 있었나?”
“나는….”
어느새 눈물을 그친 소정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나는 우택 씨를 사랑하지 않아.”
“거짓말.”
핏발이 선 우택의 눈동자와 잔뜩 찡그린 채로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는 소정의 눈동자는 좀처럼 맞부딪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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