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불장난일 뿐이었다.
“넌…… 왜 결혼 안 해?”
“알면서 물어?”
“아버지 때문에?”
“그래. 나는 절대 랭커스터 공작가의 핏줄을 잇고 싶지 않아.”
오랜 친구 사이였던 레오넬드와 그런 사이가 되었던 것은
그저 무료하고 고단했던 삶의 한 줄기 쾌락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불장난은 시작하지 말았어야만 했다.
도움이라고는 안 되는 거머리 가족들 때문에,
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던 달리아가…….
“임신이라고 하는구나.”
“……네? 무슨 말씀이세요. 임신이라뇨.”
랭커스터 공작가의 핏줄을 절대로 남기고 싶지 않다는
레오넬드의 아기를 가지고야 말았으니.
장난은 장난에서 끝나야만 한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평생 숨길 수 있는 비밀이란 없었다.
그렇게 어느 날, 그녀는 레오넬드에게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들키고야 마는데…….
“난 이 아기, 낳을 거야. 랭커스터.”
흐느낌을 참으며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네게 폐 끼치진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는 말고. 이제 알아들었으면 나가.”
감정에 호소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이미 너무 많은 감정을 낭비한 상태였다.
달리아는 그에게서 뒤돌아섰다.
두 사람 사이에선 한참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러나 곧 생각을 끝낸 레오넬드의 입술이 달싹였다.
“더 언쟁할 필요 없어. 나와 결혼해, 달리아.”
낭만이라고는 없는, 더없이 삭막한 청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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