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사랑은 없었다.
그저 욕망이었고, 거래였고, 생존이었다.
신유그룹의 유일한 적통,
그러나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후계 자리에서 밀려날 위기의 한유리는
판을 뒤엎기 위해 해강가 장손 이도경에게 정략결혼을 제안한다.
이도경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과 그 속을 알 수 없는 무심한 눈빛.
상관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으니까.
“필요하면 잠자리도 마다치 않는다?”
“그래서. 싫으세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밀어내지 못한 채 결국 침대 위에서 손을 잡는다.
“나 이용하세요. 나 이용해서 이도경 씨한테 묻은 흠결 털어 내요.”
“그래도 명색이 거래인데, 나한테도 남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계산 위에 세운 결혼.
하지만 서로를 알아갈수록 감정은 틀어지고,
사랑은 오해가 되었으며, 진심은 침묵 속에 비밀이 된다.
누가 누구를 버린 걸까.
누가 누구를 오해한 걸까.
그리고 누가, 누구를 더 원했던 걸까.
서로가 서로를 가장 미워했던 순간,
그들은 비로소 가장 사랑하고 있었다.
일러스트: DAMUK
평균 5.0 (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