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황녀의 비극 [단행본]

어느 황녀의 비극

“카일리. 너는 이 나라의 유일한 공주야. 네 오라비들이 이룩한 영광을 한낱 노예 출신 기사 때문에 떨어뜨릴 작정은 아니겠지? 응?”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그 성미도 사랑스럽기로 유명한 막내 공주님, 카일리 히아신.
그녀는 자신의 호위 기사 제나이른을 찾다가 어머니를 마주한다.
“오늘 오후에 마셸 왕국의 유진 왕자가 올 거야.”
“어머니! 전 아직 결혼할 준비가…….”
“당장 결혼을 하라는 뜻이 아니란다. 몇 년 뒤에 하게 되더라도, 미리 얼굴을 보며 친분을 쌓아 두는 것이 좋지 않겠니?”
말을 마친 황후는 냉정하게 온실을 나섰다. 카일리는 그 자리에 굳은 채 멀어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
“오늘 오후에 마셸 왕국의 왕자가 온대.”
“…….”
“내 약혼자가 될 사람이래.”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카일리가 고개를 확 들어 그를 째려보았다.
“축하한다고? 진심이야?”
“…….”
“너, 너는… 내가 다른 남자랑 결혼해도 괜찮아?”
“……그럼요.”
제가 괜찮지 않다고 한들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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