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煞)의 묵서 [독점]

살(煞)의 묵서

“만월의 밤엔 뜨거운 불에 타는 것과 같은 작열통에, 
그믐의 밤엔 얼음이 살을 저미는 것과 같은 오한에 시달리게 될 것이오.”
적군이 군홧발로 궁을 짓이기던 밤, 
겁화와 같은 불기둥이 치솟던 그 밤, 
서우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적의 대장에게 저주의 살을 날렸다.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치건조차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끔찍한 고통이 그를 집어삼켰다. 
그 격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서우의 피뿐이었다.
그것은 등가교환이었다.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공평한 거래.
서우와 율은 포로가 되어 치건의 집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팽팽한 저울의 양쪽 끝에 앉은 두 사람의 계절이 비로소 시작된다.
“전하를 미워하게 해 주십시오. 전하께서 저를 원망하듯이요.”
“만약 내가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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