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마주친 순간, 백은결은 마치 내가 엄청난 인력으로 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강의실을 가로질러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대뜸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
“…….”
“나는 백은결이야.”
번트 엄버와 꼭 닮은 색의 눈동자 아래로 알 수 없는 눈물이 한 방울 가련히 흘렀다.
너무 이질적인 광경에 그 애가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이었다.
“나…….”
성큼성큼 다가와서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하던 그 애는
“너한테 반했어.”
그렇지 않아도 순탄할 것 같지 않던 내 학교생활에 폭탄을 던졌다.
스무 살의 어느 봄. 백은결이 내 인생에 등장한 첫날이었다.
***
“내가 네 남자 친구잖아.”
“계약직이잖아.”
“그래도 열심히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도 있지?”
“…….”
“……있는 거지?”
백은결이 말하는 정규직이라 함은, 남자 친구 역할 대행이 아니라 진짜 남자 친구. 렌터카가 아니라 자차. 곧 평범한 연애.
키스까지 해 놓고 발뺌할 생각 없다. 백은결에게 끌린다. 그렇지만 그와 진짜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무서우니까.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모든 연애는 구질구질하게 끝이 난다. 그것이 내가 부모님에게서 배운 진실이었다.
그러니 백은결이 내 남자 친구가 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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