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부모님, 그리운 방, 거울 속의 앳된 자신. 어째서 23살이었던 그가 18살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익숙하면서도 낯선 교실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얼굴을 본 순간, 현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있는지도 몰랐던 애틋함을 안고 박서운 곁을 맴돌던 그는 과거 서운을 괴롭혔던 '최원주' 또한 회귀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서운을 살리기 위해 그와 협력하기로 한 현호는 사심 없이 그저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얘가 원래 이렇게 예뻤나?
[본문 발췌]
“기억해 둬. 네 첫 키스는 나야.”
붉게 달아오른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 한 방울이 기어코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반짝이다 못해 태양을 담은 것 같은 눈동자가 현호를 뚫어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코앞에서 일렁였다.
슬프고 화나고 두려운, 그 모든 게 적절히 뒤섞인 표정의 박서운이 또박또박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내 거라고.”
떨리는 숨결과 함께 더욱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박서운은 그걸 닦지도 않은 채로 돌아서서 빠르게 멀어져 갔다.
멍청한 얼굴로 주말을 보내고 있으니 가족들이 이상하게 보았다. 그 눈빛에 걱정이 어려 있다는 걸 알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절 좋아한다던 남자애랑 키스해서 그래요. 제 첫 키스였는데 자꾸 떠올라서 정신이 없어요.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더 큰 고민은 따로 있었다. 월요일부터 박서운의 얼굴을 어떻게 보는가였다. 혼자 있어도 그 일이 떠오르는데 얼굴 보고 대화를 한다? 상상만 해도 어색함으로 기절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토록 휘몰아친 고민이 무색하게도 월요일 아침 박서운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박서운은 현호의 첫 키스를 훔쳐 간 그날 밤, 아파트에서 떨어져 홀로 죽어 버리고 말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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