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는 20억이었다.
상사 서유건의 호적에 단 한 달만 이름을 올리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서류상으로 혼인이 성립된 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 남편이라는 남자가 직접 찾아왔다.
“강 변호사였더군요, 나도 모르는 내 아내 말입니다.”
이미 각오했던 상황이었다. 당황할 것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 일을 받아들인 건 순전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으니까.
“제가 상무님을 좋아했거든요.”
핑계치고는 뻔뻔했지만, 돌아온 그의 반응은 더욱 의외였다.
“잘됐네.”
“……네?”
“귀찮은 일을 덜게 됐네요. 강재희 씨가 계속해요.”
“계속이라니요?”
그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아내 말입니다. 이대로 쭉, 계속하라고.”
* * *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날 배신하면 지옥을 보게 될 거라고.”
“배신……이요?”
“한 번 눈감아줬더니 겁이 사라졌나 보지, 강재희?”
재희는 서유건이 이곳까지 온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제가 뭐라고 여기까지 찾아온단 말인가.
그의 완벽한 삶에서 꺼져 줬으면 되레 좋아하며 파티나 열 것이지, 대체 왜?
“우린 이미 남이에요, 서유건 씨.”
“뭔가 착각하나 본데, 재희야.”
얼음처럼 차갑고 송곳처럼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와 박혔다.
“시작은 네가 했을지 몰라도, 끝은 내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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