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아래 베니타 [GL][단행본]

그늘 아래 베니타

시간은 멈추지 않은 채 흘러가고,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아이의 생일. 베니타는 오늘이 아이에게 무척 기쁜 날로 남기를 바랐다.
“나도 베니타한테 꽃 줄게. 받아… 줄 거야?”
“…응. 받아들일게.”
하엘린이 엄장한 목소리로 꽃을 주겠다고 말해서 베니타는 자신도 모르게 엄숙한 말투로 대답했다.
무슨 꽃을 주려고 저렇게 비장한 거지?
베니타가 정체 모를 꽃에 긴장해 있는 동안, 하엘린은 뒤에 숨겨져 있는 꽃을 주는 일이 굉장히 긴장되는지 심호흡까지 몇 번 했다.
“포장지에 이름 적혀있으니까, 무슨 꽃인지는 다 알 수 있을 거야. 집에 돌아가서도… 잘 기억해야 해?”
하엘린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며 베니타에게 첫 번째 꽃을 주었다.
그래, 기억해 달라는데 잘 기억해 둬야지. 기억력은 꽤 좋은 편이라 자부한다. 꽃 이름이…
안스리움.
“…사랑에, 번민하는 마음.”
하이포시스 오리어.
“빛을 찾다.”
…에린지움.
“당신을 만나고 나는 ‘비밀스러운 애정’을 느꼈고,”
꽃담배.
“그대 있어… 외롭지 않네. 베니타, 베니타가 좋아. 너무 좋아. 좋아해.”
“….”
“이제 친한 동생 이런 거 말고 애인하자, 응?”
천천히 안으며 나지막이 연인이 되고 싶다 말하는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었고, 베니타는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하엘린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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