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거지 같아 보여서 묻습니다. 그래서 결혼할 남자 찾는 거예요?”
바라던 대학에 합격했지만 기쁨은 찰나였다.
지옥 같은 가족들 때문에 스무 살이 되자마자, 대학 대신 결혼을 강요받았으니까.
“정서연 학생이 해야 하는 그 결혼, 나랑 할래요?”
“교수님이……. 왜 저랑요…….”
“고개 한 번 끄덕거리고, 내 세상으로 와요. 여기서 근심 걱정 다 없애 줄 테니까.”
그러던 어느 날.
서연이 그토록 바라 왔던 인생의 ‘변수’가 문태겸이라는 사람으로 찾아왔다.
메말랐던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
“공부 안 하고 뭐 했어요. 내가 준 돈으로 비트코인 했습니까? 급락이라도 했어요?”
문태겸.
천재적인 두뇌로 만인의 존경을 받는 최연소 교수이자,
한번 꽂히면 광적으로 파고드는 DK의 유일무이한 후계자.
“상황이 어찌되었든 제가 교수님과 했던 약속을 어겼어요. 후원해 주신 돈은 차차 갚을게요.”
“어떻게 갚겠다는 건데요. 빈털터리 정서연 학생한테 내가 뭘 달라 할 줄 알고.”
숫자와 논리로 살아온 문태겸에게, 정서연은 처음 겪는 ‘변수’였다.
“뭐든요. 저한테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쓰다 버리셔도 괜찮아요. 교수님이라면.”
“내가 그딴 말 하라고 가르쳤습니까. 좋은 머리로 그렇게밖에 답 못 해요?”
정서연은 마치 갓 태어난 토끼와 같아서, 속수무책으로 태겸을 약해지게 만들었다.
“왜 이러고 삽니까. 평생 감정 없이 살던 놈까지 브레이크 걸리게.”
그는 걱정되었다.
어중간한 건 절대 못 견디는 빌어먹을 제 성격이,
이 꼬맹이의 어디까지 가지려 할지 상상조차 불가했으니까.
“교수님 호칭 집어 치우고 내 목 잡아, 서연아.”
찰나의 순간, 광적 욕망을 숨긴 남자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형형히 피어났다.
어떡하나.
우리 애기가 밤낮으로 시달리게 할 나쁜 어른을 만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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