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혼자 햄버거를 먹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라는 여자.
그리고 누군가의 손을 탄 게 분명한, 유기된 품종묘 같은 남자.
철저하게 자기만의 틀과 매뉴얼에 갇혀 살던 다정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커피 박람회에서 우연히 김해다를 만나게 된다.
화려함 뒤로, 더러운 일들이 비일비재한 공간. 그곳에서 모종의 사건에 휘말릴 뻔한 해다 앞에 정다정이라는 여자가 나타났다.
본문 중
“도와줄까, 나도. 너처럼.”
그는 걸음을 내디디며 물었다. 빤히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목 안쪽이 뜨거워졌다.
무엇을 도와주겠다는 건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목구멍에 감긴 뜨거운 걸 뱉고 보았다.
“어떻게?”
건조했던 눈동자에 서서히 이채가 돈다. 그건 마치, 투명한 막이 차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건 네가 정해야지. 나 필요한 거 아니었어?”
팔꿈치를 댄 채로 상체를 조금 굽히자 그녀와의 체격 차이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깊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미간을 좁힌 여자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그는 무의식중에 동그란 이마를 엄지로 문질렀다.
눈을 치켜뜬 그녀가 슬그머니 그의 허리춤을 감싸 안는다.
“그럼…. 일단, 사귀는 것부터 시작할까? 우리.”
내가 정한 매뉴얼대로.
일러스트: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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