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 백작가의 순진한 하녀, 마샤.
그녀가 백작가의 아름다운 사생아 하이메와 깊은 사이로 발전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마샤는 그의 바람이라면 모든 걸 순응하고 들어주었다.
그러나 그녀와 뱃속의 아이에게 돌아온 건 그의 차디찬 배신이었다.
비참하게 눈을 감은 마샤는 다른 이의 몸에서 깨어나는데….
몸의 주인은 하이메의 이복형, 카를 마르텔과 혼인을 앞둔 엘레오노르였다.
엘레오노르는 다짐했다.
더는 참지 않기로. 그들을 심판하고 백작가를 집어삼키기로.
***
“당신이 원하는 게 겨우 이딴 종이 쪼가리야?”
전쟁터를 핏빛으로 물들이는 잔혹한 피의 학살자,
적군만큼이나 여인들도 멋대로 희롱하고 농락한다고 알려진 카를 마르텔.
결혼식을 치른 첫날밤에 계약서를 들이미는 부인에게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흥미롭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원하는 건 얼마든지 얻게 해주지.”
카를 마르텔이 엘레오노르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코끝이 맞닿고 입술에 그의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
커다란 손이 그녀의 턱을 붙잡더니 엄지로 붉은 입술을 꾹 누르고 느릿하게 훑었다.
“그럼 어디 부부의 의무를 수행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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