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부터 지워. 결혼하고 싶으면.”
“생각이 바뀌었어요?”
“조금.”
“왜요?”
요한이 한참을 뜸을 들이다 무심하게 말했다.
“적당해 보여서.”
복잡하지 않은 가족관계, 뚜렷한 목적의식, 귀찮은 존재를 따돌릴 수단.
“그리고…….”
“그리고요?”
되묻는 인아에게로 그가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이미 벽으로 내몰렸던 인아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조금의 틈만을 두고 밀착해 온 요한이 고개를 내려 그녀의 얼굴을 마주했다.
“구미가 당길 만큼 들쑤셨잖아, 당신이.”
복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겠다는 여자.
마침 결혼이 필요하다면, 적당히 있다 사라져 줄 사람으로 괜찮을지도.
요한은 묘하게 자신을 충동질하는 이 여자를 그렇게 정의했다.
*
화장으로 가려질 정도로 많이 아물었지만, 여전히 자국은 남아 있다.
턱 끝에 남은 흉터를 쓸어내릴 때마다 사고의 기억은 선명해졌다.
그날의 진실, 일방적인 우정, 비틀린 현재.
인아의 눈빛에 강한 섬광이 비쳤다.
“채도경, 이제 네 놀음에 놀아나는 일은 없을 거야.”
네가 바란 절정은 없어.
구원이라 부르던 네 남자의 옆도, 내가 차지할게.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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