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리에스 벨키안.모든 의사가 성년이 되기 전에 요절할 것이라 말하는 벨키안 가문의 외동딸.벨키안의 여린 장미.메마른 겨울의 눈꽃 아가씨.에드워드는 그런 그녀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였다.“이제 저 없어도 아프실 일 없을 테고, 저도 슬슬 다른 일이나 알아볼까 해서요.”꼬여 있는 마나 잘 풀어서 길을 터놓았더니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란 아가씨는 오러 마스터가 되셨다.이만하면 되겠거니, 이제 다른 길 찾아 떠나려고 했는데.와장창.집무실 유리창이 통째로 뜯겨나가며 시원한 바람이 들이닥쳤다.멀쩡한 손끝에서 긁힌 상처 하나를 겨우 찾아낸 셰리에스는 그것을 두 손으로 쥐어짜더니 개미 눈물만큼도 안 되는 피를 찔끔 내보이며 서럽게 눈썹을 늘어뜨렸다.“나 아파, 에디.”“…….”“호 해 줘.”……퇴직이 어려워 보인다.* * *물러날 곳이 없었다.에드워드는 등받이에 몸을 바짝 붙인 채로 자신을 팔 안에 가둔 셰리에스를 올려다봤다.“제가 연인이 있다고 하면 어쩌시려고요?”“네가 울면 안 되니까 깔끔하게 포기해야지. 기회나 호시탐탐 노리면서.”깔끔한 거 맞나? 언사가 순순한 것에 비해 표정은 상당히 언짢아 보였다. 그는 저도 모르게 겁을 집어먹고 다시 물었다.“없으면요?”“네가 싫어 죽겠다고 학을 떼지 않는 한 온 힘을 다해 유혹하겠지.”“……그게 지금 상황이고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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