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을 떠보니 모르는 어린 여자아이의 몸에 들어와 있었다.놀랄 일도 아니었다. 이미 진절머리 나게 겪어온 일이니까.빙의 직후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다.지금껏 죽을 고비를 넘겨본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하지만 노련한 빙의 경력자인 나도배 속에 고독(蠱毒)이 똬리를 튼 몸으로 납치범 소굴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은 또 처음이었다.그것도 내 목을 조르려 했던 남자애까지 데리고서!“오해니 뭐니 했었지만, 사실은 정말로 목 조르려고 했지?”“아하, 들켰어요?”그런데 이 수상쩍은 녀석이 오대세가의 으뜸인 남궁세가의 공자라고?!게다가 알고 보니 내가 빙의한 몸은 단리세가의 공녀인 ‘단리란’이었다.전생에 여기저기 묻어둔 재산들을 찾으러 갈 수 있을 때까지만단리세가의 폐가에서 신세 지려고 했는데…….“무슨 염치로 가문에 다시 돌아온 거야? 네 아버지에게 내 부모님이 살해당한 걸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나를 증오하는 시한부 사촌 오라버니에, 개판으로 돌아가는 집안 꼴까지.‘뭐 나랑은 상관없지만. 무위만 회복하면 여기 뜰 거니까.’그런데 어쩌다 오라버니도, 주화입마에 걸린 할아버지도 고쳐버리고 마는데.“란아, 그 썩은 도라지 같은 놈은 어디의 누구니?”“설마 내 손녀에게 그딴 소리를 하고도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나만 보면 죽일 듯 노려보던 오라버니 녀석도,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리던 할아버지도 상태가 좀 이상하다.그리고 죽일까 말까 고민하던 때는 언제고 묘한 얼굴을 하는 남궁세가 도련님까지.“왜…… 그런 말을 하세요? 꼭 내일이라도 어디 멀리 갈 사람처럼.”멀리 갈 예정이긴 하지. 슬슬 이 몸에서도 내쫓길 날이 가까울 거 같거든.표지 일러스트: MAS타이틀 디자인: 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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