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직원 당장 올라오라고 해요.”
이도연. 은색 명찰 안에 쓰인 이름 석 자.
왠지 여자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이도연 씨.”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안타까운 척 말투를 꾸며 내는 건 정한주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애초에 도연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저는, 이 호텔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절박하다 싶을 정도로 매달리는 음성이었지만, 도연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는데. 단단한 눈빛 속에 감춰진 속내에 대해 옅은 궁금증이 싹텄다.
“…이곳에 힘들게 들어왔고, 계속 여기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때, 정한주가 이도연을 자르지 않은 건 단 한 번의 변덕 때문이었다.
주제도 모르고 협박까지 하는 이도연을 봐준 것 역시.
“내가 충고 하나 할까요. 약점은 쉽게 들키는 거 아닙니다. 동물이 사냥할 때 상대 목덜미부터 무는 것처럼 인간은 타인의 약점을 알게 되면 기가 막히게 쥐고 흔들거든.”
이도연은 중요한 걸 들켰고 정한주는 그걸 놓칠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도연 씨가 쥐고 흔들려 한 게 내 약점이 아니라는 거고.”
너의 가장 큰 문제는 내게 걸린 거다.
그리고 내게 걸린 이상 너는 가라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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