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하는 말, 들을 필요 없어.”
진성그룹 후계자인 태경은 돈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재이는 인생을.
서로 가지고 있는 것을 맞바꾼 계약 결혼이었다.
“시집살이는 계약 조항에 없으니까.”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 시모에게 모욕을 당하고
시모의 속옷을 손수 빨래하는 수모를 당하더라도
모두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그거 알아? 네가 울면 키스하고 싶어지는 거.”
“…….”
“그러니까 밖에서 키스하기 싫으면 조심해.”
차갑고 무심하기만 했던 태경이 다가올 때마다
다정하게 입맞추고 따뜻하게 위로할 때마다
재이는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그와 진짜 부부가 되고 싶었다.
그의 아이를 갖고 싶었다.
*
고개를 내린 그가 재이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노력하는 시늉은 해야지.”
그 말을 끝으로 재이의 귓불이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간지러운 느낌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재이의 숨결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몸을 가리고 있던 시트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지난밤처럼 태경의 얼굴이 정면에서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아몬드형의 길쭉한 눈매가 반으로 접히며 부드럽게 휘어졌다.
“잘할게.”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재이는 눈을 감았다.
달콤한 거짓말이라도 싫지는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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