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대리는 회사 내에서 최고의 미모를 소유한 여직원으로 모든 남자 직원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었지만, 누군가와 사귈 생각은 전혀 없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게 여러 차례 배신을 당했던 쓰라린 경험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이성에게는 관심이 없어졌고, 워커홀릭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수연은 팀장에게 경력직 직원을 충원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어이없게도 두 달만에 신입 인턴 사원이 배정되어 온다.자기가 그룹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할 정도로 얼빠진 신입 인턴 ‘한상준’ 으로 인해 수연의 고요했던 회사 생활에 평지풍파가 일기 시작한다.수연을 배신했던 옛남자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상준. 수연은 그런 상준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수로서 성심성의껏 업무를 가르쳐 주며 함께 일을 하게 되는데……어느날, 상준이 수연에게 사귀자는 제안을 해 온다. 그에게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던 수연은 상준의 제안을 거부해 버리지만 달라져 가는 그의 모습에 차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그러나 숨겨져 있던 상준의 비밀들을 알게 된 후에 수연은 상준과 사귄다는 게 부담스러울 뿐이다.“저, 대리님. 이제 저 싫어하지 않으시는 거 맞죠?”“내가 상준씨 싫어했다고 생각해요?”“그런거 아니셨어요? 최근에는 좀 괜찮았지만, 저 처음 출근했을 때는 굉장히 쌀쌀맞게 대하셨잖아요. 업무 지시도 뭐랄까, 좀 감정적이었다고 할까……”“경력직 뽑아 달라고 몇 달을 노래를 불렀는데, 신입 인턴이 턱하고 나타났으니, 상준씨가 이쁘지는 않았죠. 그래도 눈치 빠르게 일하고 잘 적응했잖아요?”수연은 상준이 준호와 비슷한 스타일이라 싫다는 얘기는 차마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다행이네요. 대리님이 저 싫어하신다고 생각해서 고민 많이 했는데…… 저, 앞으로도 열심히 잘 할게요. 대리님이 많이 도와 주세요.”“아, 네. 그래요.”“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방금 지하철에 탄 것 같은데, 상준은 벌써 내리기 위해 문 쪽으로 향했고, 수연은 부러운 마음이 한 가득이었다. 수연은 내리려면 아직 10개 이상의 역을 더 지나야 했기 때문이었다.상준이 지하철에서 내린 후에 수연은 상준에게 말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가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 출근했을 때는 혐오스럽기까지 했는데,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 좀 수그러 들기도 했고, 밖으로 티를 내지는 않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이젠 상준도 자기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일 뿐이었다.수연은 여전히 준호를 떠오르게 하는 상준의 행동 때문에 그가 싫었다. 아니, 좋아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오늘 술 자리에서 상준이 했던 말을 놓고 보면 불난데 기름을 붓는 형국인 셈이었다. 수연은 상준이 싫은 이유를 오늘 하나 더 찾고 말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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