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아버린 첫사랑 생각에,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들어간 미술관이었다.윤조는 그림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훑으며, 가만가만 그 사람과의 추억을 되짚어보았다.기억을 더듬던 윤조의 시선 끝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입고 있는 코트며 셔츠며 온통 까맣고 회색인, 무채색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사람이었다.‘잠깐만,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어떻게?’전시실에 걸려있는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들을 뒤로 하고, 남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아니, 바라봤다기보다는 그저 고개를 돌린 거라고 해야 정확할 터였다. 처음부터는 아닌 것 같고, 아마도 제 시선이 느껴져서였을 테니까.못 볼 사람을 본 것 같은 눈빛에 무감하면서도 익숙하다는 시선이 돌아왔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한 느낌.‘아냐, 분명 아닐 텐데.’눈앞이, 머리가 핑 돌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아서.“어, 괜찮아요?”그제야 아무 감정 없던 덤덤한 눈에 다소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가까이 다가와서도 잠시 머뭇거리는 남자에게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날 보고 주저앉기까지 한 사람은 처음인데. 일어날 수 있겠어요?”한없이 쿵쾅대는 심장 위로 그가 내민 손이 보였다. 역시나 머뭇대다가 조심스럽게 잡은 남자의 손은 서늘하다 못해 차가웠다.그 겨울날 맞잡았던 뜨겁고 부드러운 손의 느낌은 여전히 기억 속에 갇힌 채였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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