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고 싶지 않으면 키스해, 서린아.아니면. 너와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저기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할까?” 잔혹하고도 색정적인 미소를 걸친 남자의 얼굴은 이 순간에도 퍽 아름다웠다.잔인한 일이었다. 이 순간에도 이런 생각을 하고야 만다는 건.***“난, 커서 얘랑 결혼할래요.”다섯 살, 서린의 첫 기억은 태윤의 청혼이었다.농담처럼 여겼던 고백은 학창시절을 거쳐 어른이 될 때까지, 한결같이 이어졌다. 서린 또한 마찬가지였다. 태윤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기만 하면 그와 결혼하게 될 거라 믿었다.태윤의 모친에 의해 집안이 풍비박산나기 전까지는.그리고, 태윤의 바뀐 결혼 상대가 다름 아닌 그, 유채희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난 너만 보면 별짓 다 할 건데. 이런 고용관계도 있나.”선전포고 같은 태윤의 말에 서린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태윤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건 예상했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다.“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넌 내 옆에 있게 될 거야.” 협박과도 같은 말을, 태윤이 웃으며 건넸다. “넌 나한테서 못 벗어나, 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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